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자곡아이파크’ 전용 59㎡ 매물에 최근 ‘집주인 대출 6억원 가능’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매수인이 금융권에서 최대 4억원을 빌리고, 모자란 6억원은 집주인에게서 직접 조달해 자기자본 10억원으로 2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는 구조다. 아시아경제와 금융소비자뉴스, 디지털데일리가 잇달아 보도한 이 사례는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이 강남 고가 주택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음을 보여준다.
대출 규제의 빈틈, 셀러 파이낸싱이 메운다
왜 하필 지금 이 방식이 주목받는지는 현행 대출 한도표를 보면 바로 이해된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현재 규제지역에서 주택 가격별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다음과 같다.
- 시가 15억원 이하: 최대 6억원
- 시가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최대 4억원
- 시가 25억원 초과: 최대 2억원
20억원짜리 아파트라면 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이 고작 4억원이라는 뜻이다. 나머지 16억원은 온전히 매수인 본인이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소득과 기존 부채에 따라 실제 한도가 더 줄어드는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까지 겹치면, 현금 동원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사실상 거래 자체가 막힌다.
이 막힌 자리를 파고드는 것이 셀러 파이낸싱이다. 구조를 간단히 풀면 이렇다. 집주인(매도인)이 매매대금 전부를 한꺼번에 받는 대신, 일부를 매수인에게 직접 빌려주거나 잔금 지급 시점을 늦춰주는 방식이다. 소유권은 계약 직후 매수인 앞으로 넘어가고, 매도인은 그 집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돈을 돌려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묶어둔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매매를 성사시키면서 이자 수익도 얻고, 매수인은 금융권 한도를 넘어서는 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방식에 대한 문의는 지난해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진 이후 눈에 띄게 늘었다. 고가 주택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간헐적으로 쓰이던 방식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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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 파이낸싱의 법적 구조: 합법이지만 함정이 많다
셀러 파이낸싱 자체는 현행법상 금지된 거래가 아니다. 민법은 개인 사이의 금전소비대차(돈을 빌리고 갚는 계약)를 허용하고, 그 채권을 부동산 근저당권으로 담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합법이라는 말이 곧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 방식의 법적 지뢰는 생각보다 촘촘하게 깔려 있다.
우선 이자율에 상한선이 있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이자제한법이 적용돼 사인 간 금전 거래에서 약정할 수 있는 최고이자율은 연 20%다. 이를 초과하는 이자를 계약서에 적더라도 초과분은 법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거액 거래에서 이자율 합의를 대충 구두로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나중에 계산이 틀어지면 분쟁의 씨앗이 된다.
세금 처리는 더 복잡하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금융업자가 아닌 개인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는 세법상 ‘비영업대금의 이익’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은 소득세 25%이며, 여기에 지방소득세가 별도로 붙는다. 더 중요한 점은 이자를 지급하는 매수인이 원칙적으로 원천징수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이 의무를 몰라서 처리를 빠뜨리면 나중에 세무 리스크로 되돌아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금융소비자뉴스에 “불법은 아니지만 개인 간 거액의 자금 거래인 만큼 자금출처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세무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고 계약 조건도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액이 오가는 거래일수록 국세청의 자금 흐름 추적이 따라붙을 수 있다는 경고다.
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하지 않을 경우의 위험도 빼놓을 수 없다. 이자율, 상환 기한, 연체이자, 중도 상환 조건, 담보 순위를 서면으로 명확히 못 박지 않으면 민사 분쟁으로 직행한다. 특히 이자를 실제로 주고받은 기록이 없거나 상환 기한이 비현실적으로 길 경우, 국세청은 이를 정상 대출이 아닌 허위 채무나 편법 증여로 볼 수 있다. 돈을 빌린 것인지 받은 것인지를 문서와 거래 흔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당사자 모두에게 생긴다.
매도인·매수인 각각의 리스크: 누가 더 위험할까
셀러 파이낸싱에서 매수인이 지는 가장 큰 위험은 만기 시점의 자금 마련 실패다. 향후 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전제로 계약하더라도, 아시아경제 보도가 지적하듯 그사이 대출 규제가 강화되거나 집값이 내려가면 대환대출 자체가 거절될 수 있다. 초기 부담을 낮추는 대신 만기에 수억 원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위험을 그대로 떠안는 구조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제 위에 쌓은 계획이 무너지는 순간,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
매도인의 상황도 마냥 유리하지 않다. 소유권을 먼저 넘긴 뒤 매수인이 돈을 갚지 못하면, 매도인은 이제 집주인이 아니라 채권자 자격으로 근저당권 실행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경매로 가도 선순위 담보권이 있거나 낙찰가가 예상보다 낮으면 원금과 이자를 온전히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아시아경제는 이 때문에 셀러 파이낸싱이 “현금이 급하지 않고 이자 수익을 원하는 매도인과, 자기자본은 있지만 금융권 대출한도가 부족한 매수인의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두 조건이 동시에 맞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퍼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 아파트 거래, 셀러 파이낸싱 관심 키웠다
이번 논의에 불을 댕긴 것은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아파트 매각 사례다. 대법원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 부부는 해당 아파트를 29억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지난 14일 체결하고, 16일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했다. 같은 날 이 대통령 부부를 근저당권자로 해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디지털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매수인은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11억3000만원을 승계하고, 나머지 17억7000만원은 10월 말에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수인의 기존 주택 매각 일정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승계를 위한 소유권 이전 시점이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채권최고액은 근저당권으로 담보할 수 있는 상한선일 뿐, 실제 미지급 잔금 규모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통령실은 “근저당 설정은 거래 당사자들의 민사상 합의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됐다”며 “10월 말 지급될 미지급 잔금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매수인의 사정을 배려해 소유권을 먼저 이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자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자신이 만든 대출 규제를 스스로 우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개인 간 근저당권 설정을 통해 잔금 지급 시기를 조정하는 거래는 통상적인 방식”이라며 반박했다. 해당 거래 방식의 법적 허용 여부 자체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지만, 정책적 맥락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정책적 우려와 현실 사이의 간극
아시아경제는 셀러 파이낸싱이 확산될수록 금융권 대출 규제의 실효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적 채무가 주택 매수에 활용되면, 매수인의 실제 부채 규모와 상환 능력이 금융권의 감시망 밖에 놓이기 때문이다. 은행이 “이 사람은 더 못 빌려줘”라고 막아놓은 선을, 집주인과의 사적 계약이 넘어서는 구조가 된다.
다만 이 방식이 시장 전체로 빠르게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업계 안에서도 신중한 시각이 있다. 매도인이 수억 원을 오랫동안 받지 못한 채 매수인의 신용 위험까지 감내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특수한 조건이 맞는 거래에서만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약 당사자라면 최소한 아래 사항은 서면으로 명확히 해두어야 분쟁과 세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 대여 원금, 이자율(연 20% 이하), 상환 기한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기재
- 이자 지급 내역을 계좌 이체로 남겨 실제 거래 흔적 확보
- 매수인의 이자 원천징수 의무(소득세 25% + 지방소득세) 사전 확인
- 근저당권 순위와 경매 시 회수 가능 금액 시뮬레이션
- 만기 시 자금 조달 계획과 대환대출 불가 시나리오 대비책
강남구 자곡동 매물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 또 유사한 조건의 매물이 얼마나 더 등장할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다만 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한, 셀러 파이낸싱은 고가 주택 시장의 자금 조달 선택지 중 하나로 계속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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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아파트 ‘근저당 매매’ 논란 속…강남서도 ‘집주인 6억 대출’ 등장 – 디지털데일리
이 글은 셀러 파이낸싱과 사금융 관련 사례를 일반 정보 목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법률 자문이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개인 간 금전 거래 및 부동산 계약 체결 전에는 반드시 법률·세무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